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웹진 상세 내용
[제127호] 가서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
  • 구분 | 201801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18-01-08
가서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
장세경 수녀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 팀장

차가운 한강 바람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부터 많은 환우분들이 1층 로비로 들어오고 계십니다. 매일 아침, 이분들을 마주보는 출근길에 저는 오늘도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재현’한다는 CMC의 영성을 다짐하게 됩니다.



“가서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 29~37).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마리아 사람의 자세를 사도직 현장 안에서 드러내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것인가를 동료 사회사업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며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착좌한 이후 최초로 반포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에서 그 답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본 회칙의 30항과 31항의 주요 요소를 지표로 삼아 사회사업팀의 고유한 업무를 소개하고 이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은 무엇보다도 긴급한요구와 특수한 상황에 무조건 응답하는 것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시다」 31항).

“제가 돈이 없고 몸이 힘들어도 이 사람과 함께 살 고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 왔습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가 않아요.”

울먹이며 초췌한 모습으로 찾아온 보호자 김○○ 씨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십대 중반에 근로 현장에 뛰어들어 지내던 중 부인인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부인은 간 경화증을 앓고 있었지만 결혼하여 아기를 낳고 살았는데, 부인의 병이 악화되어 몇 해 전 자신의 생체 간 일부를 부인에게 기증하신 분입니다. 그러나 아이 엄마가 계속 상태가 악화되어 재이식 수술을 하게 되자 치료비가 걱정되어 저희 사회 사업팀을 찾아오셨습니다. 김○○ 씨는 낮에는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밤에는 대리 운전기사, 그리고 휴일에는 건축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아이 엄마의 잦은 입·퇴원으로 고용이 늘 안정되지 않았고 환자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뇌사자 간이식을 기다리던 중 장기이식센터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재이식을 하게 되었지만 입원비 마련이 어려워 이리저리 다니다가 사회사업팀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늦은 시각, 너무나 다급하게 방문하셨지만 상담을 통해 적합한 지원금을 찾게 되어 치료비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감사하다 하시며 집에 혼자 있는 아기를 걱정하며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이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중한 질병과 경제적 문제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을 다급하게 만나는 것이 서울성모병원 의료 사회복지사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김○○ 씨처럼 직접 방문 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타과에서 의뢰가 오는 경우에는 의뢰일 기준으로 48시간 이내에 자선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업 목표 안에 지표화하였는데 이런 신속한 응답이 이웃 사랑을 실 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2. "고통받는 이들을 섬기려면 우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 다. … ‘마음의 양성(cordis formatio)’이 필요합니 다”(31항).

의료 사회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1년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의료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이후 의료 사회복지사 협회의 보수 교육을 통해 그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교황님의 말씀대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그 환자의 상처만 치유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반해 주기위해 환자의 경험을 ‘보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급성 림프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박○○는 한 부모 가정의 환아입니다. 환아는 외부 후원 기관의 소아암 환우 지원 사업을 통해 치료를 잘 받았으나 환아의 모친이 고아로 자라났기에 친인척이 전혀 없는 관계로 모자는 늘 외로워 보였습니다. 이를 눈여겨본 사회복지사는 원목자를 연결하여 입원 기간 동안 모자가 영적인 지지를 받을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퇴원이 다가올수록 엄마의 걱정은 커가기만 했습니다. 상담을 해 보니 환아가 돌아갈 집은 슬레이트 가건물이라 곰팡이가 많았고 화장실 시 설이 갖춰지지 않아 환아의 감염 우려를 걱정했던 것입니다. 환아 모친의 마음을 보게 된 사회복지사는 방송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집과 화장실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엄마가 낮 시간대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기에 혼자 있을 환아의 정서적인 지지를 위해 미술 치료와 개별 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후원 기관과 연계해 주었습니다. 또한 본당의 빈첸시오회와 연계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더욱 안정적인 지지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를 보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단순히 의료비 지원만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 공동체 안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의 경험을 보려고 마음을 양성시킨 사람에게 더 많이 보입니다.

3.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은… 기회가 닿는 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온전히 헌신하여 지금, 직접 선행을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무언가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31항).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은 공식적으로 사회사업팀의 자선 진료 예산으로 구체화되지만 교직원의 자발적인 봉사 활동 참여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5년 교직원 봉사 단체 로 발족한 ‘사랑 실천 봉사단’으로, 지역사회 복지시설에 파견되어 치매 어르신이나 장애인들과의 외부 나들이 노력 봉사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 봉사는 시설에 따라 가족 단위로 신청 받기도 하는데 이는 CMC의 나눔 실천 사랑을 자녀들에게 확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의 접근도가 떨어지는 외곽 농촌 지역 등으로 의료봉사를 나감으로써, 질병에 대한 조기 발견 및 진단·예방과 같은 사전 검진 위주의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사랑 실천은 ‘성모 자선회’ 기금 마련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이 기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환자들의 생계비, 혹은 가정 간호 대상 환우들의 의료비 지원 및 가톨릭의대, 간호대생들의 주말 봉사의 진료비 지원, 지역사회 복지시설 지원 등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따라 대상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기존에는 교직원 중심의 회원이었으나 현재는 본회의 목적과 사업에 뜻을 함께하는 일반인 회원들의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4. " 사랑은 오늘날 개종 권유라고 하는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다른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31항).

“혹시 제가 가톨릭을 믿지 않는 사람인데도 도와 주시나요?”

가끔씩 사회사업팀을 찾는 환우들과 자선 상담을 하면서 받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는 내담자의 “종교·인종·성·연령·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 사회복지사 윤리 강령에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교황님의 “사랑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와 그 맥을 같이합니다. 작년 한 해 우리 병원에서 자선 진료 혜택을 받은 복지시설 외 입원 환자의 신자 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27%였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의 가톨릭 신자 이용률이 타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감안하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자선 지원 업무를 차별 없이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불법체류 외국인 및 난민 신청 외국인, 소아 심장 환아에 대한 자선 진료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몽골의 선천성 심장 질환 환아는 올 회기 기준 24명의 어린이가 그들의 보호자와 함께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의 지원으로 입국부터 수술 후 출국까지 숙식에 대한 모든 혜택을 받으며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5. "교회 기관들은 그들의 투명한 운영과 충실한 사랑의 증언으로 국가 기관들에게 그리스도교 정신을 보여 줄 수 있으며, 상호 조정을 모색하여 사랑과 섬김의 효과를 상승시킵니다”(30항).

“선생님, 나 같은 환자 만나면 돈 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이 돈 써요….”

몇 해 전, 자선 지원을 통해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차○○ 할머니가 봉투를 들고 오셔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 안에는 독거노인이시며 수급자로 평생 모은 돈 1,0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기부금을 위탁 받을 때마다, 이 기부금이 얼마나 소중한 돈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고귀한 품격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차○○ 할머니처럼 가난한 마음으로 이미 하늘나라를 차지한 사람들, 그리고 때로는 담당 주치의의 의술과 함께 인술을 접했기에 그 고마운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표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돈의 액수를 떠나 모두가 하나같이 귀하고 값진 금액입니다. 이러한 기부금은 투명한 관리를 위해 단계별 업무 분담을 하여 재무팀에서는 기금 관리를, 사회 사업팀에서는 자선 환자 발굴을 그리고 입원· 외래 업무팀에서는 집행 혹은 수납을 진행합니다. 또한 모든 기부금은 기부금 관리 프로그램(DONUS)을 통해 실시간 관리 및 점검을 하며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생님. 부끄럽지만 저도 저 같은 사람들 위해서 성의를 보이고 싶어요. 제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너무 적어서 선생님께 갖고 오기가 부끄러워 그냥 1층에 있는 자선 모금함에 넣었어요. 작지만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다시 사용해 주실 수 있나요?”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낳은 모습입니다. 우리의 나눔을 통해 누군가의 질병이 치유되고 그 고마움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집니다. 치유와 나눔, 바로 CMC 사랑 실천의 길입니다. 그 길은 서울성모병원 교직원들의 사회 공헌 활동과 많은 기부자들의 선한 지향, 그리고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셨던 그분의 길을 따라 ‘보는 마음’으로 환우들과 동행하는 의료 복지사들을 통해 오늘도 善하게 순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