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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웹진 상세 내용
[제129호] 재활 의료 사회사업, 또 다른 인간성 회복을 위한 길
  • 구분 | 201803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18-03-07
영성, 사랑의 실천 재활 의료 사회사업, 또 다른 인간성 회복을 위한 길
이광재 국립교통재활병원 사회사업실 /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겸임교수




우리는 장애나 질병에 직면했을 때, 여러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 내 병은(장애가) 나을 수 있을까?
- 홀로 소·대변이라도 가렸으면….
- 치료 기간은… 또한 치료비는 얼마나 들 것인가?
- 병 때문에 직업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학업을 중단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나의 가족은 누가 돌보아 줄 것인가?
- 퇴원 후에도 치료는 계속 잘 받을 수 있을까?
- 과연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작년 봄에 퇴원한 A 씨가 얼마 전 반가운 목소리로 안부 인사 겸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전화 연락을 해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누구인지 아세요?”, “저, 이번에 임용 고시 다시 봐서 합격했어요.”,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하하하.”
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A 씨는 겨울방학 기간에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 중 버스가 전복되면서 밑에 깔려 오랜 시간 경과 후 구조되어 현지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 수술 후 귀국하면서 국립교통재활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당시 A 씨는 사고로 차에 깔려 있을 때 여러 생각이 선명하고 특히 인생에서 유일하게 깊은 속마음을 나누었던 친구가 죽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아야만 했던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자살까지 생각하는 등, 우울증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분이다.

며칠 전 입원한 B 씨는 고속도로 운행 중 갑자기 정차하는 앞차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에서 뒤차에 추돌당한 것 같았는데… 깨어 보니 3개월간 ICU(중환자실)에 있었다는 사실과, 그렇게 의식이 돌아온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양하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 씨는 이후 환상지, 환상 통, 불안, 우울, 무력감, 초조감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다.
여러 걱정들은 투병 생활과 재활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 즉 의사와 가족, 친구, 직장 등 사회에서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회복과 재활까지도 어렵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부정, 퇴행, 불안, 우울, 분노 등과 같은 심리적 반응을, 환자의 가족들은 불확실성과 무력감, 절망감, 그리고 환자의 증세를 더 빨리 인식하지 못한 것과 치료를 충분히 행하지 못했다고 하는 감정, 가족들 자신의 건강함 등에 대한 죄의식, 고독감, 불안과 슬픔을 느끼는데, 이러한 점이 의료 사회사업의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재활(rehabilitation)은 의학적,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수단을 동원하고 이를 상호 조정하여 훈련 또는 재훈련을 통하여 장애인의 기능적 능력을 가능한 한 최고수준에 달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장애인의 잠재능력을 평가하고 그 잠재능력을 개발할 수있도록 여러 전문가들의 전인적 팀 협력과 지역사회 자원을 동원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립교통재활병원 의료사회사업가는 치료팀의 일원으로서, 입원과 동시에 모든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포괄적 재활 치료를 위한 평가와 심리사회적, 사회경제적, 퇴원 후 지속적 치료를 위한 계획, 그리고 직업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한 개별 및 집단 상담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재활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는 삶의 질이다. 이는 장애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견해에 의해 결정되는데, 장애인이 가능한 한 최고 수준의 질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재활 과정의 초점이다. 따라서 재활 의료 사회사업 활동은 또 다른 인간성 회복 운동이며 참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장애 체험을 통해 장애인을 이해하려 한다. 이는 형제애로서 매우 숭고한 노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장애 체험이라는 것은 언제든 비장애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실제 장애와 차원이 다르다. 장애 환자가 되었다는 것도 큰사건인데, 영구적 장애 환경을 겪는 것, 앞으로 계속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체험자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고 매 맞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실 때, 이를 바라보며 그저 초연한 관심(detached concern)을 보이는 군중, 예수님을 불쌍하고 가엾게(pity) 바라보는 예루살렘 여인들, 예수님께 깊은 동정심(sympathy)을 느끼며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게 되는 키레네 사람 시몬, 고통 받는 예수님과 감정이입(empathy)을 느끼는 베로니카 성녀, 그리고 온전하고 깊은 공감적 연민(compassion)을 느끼는 어머니 성모 마리 아의 모습을 떠올려 볼 때, 우리는 과연 어떠한 입장에서 환자와 장애를 이해하고 있을까?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환자를 대할때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잘 살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내일의 일을 알지 못하며,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않은 사고나 질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잠재적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환자를 대할 때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잘 살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내일의 일을 알지 못하며, 그어느 누구도 예상치 않은 사고나 질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잠재적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실천 경험이 역설적으로 위기의 자신에게 더욱 큰 힘으로 온다는 신비, 예컨대 음성 꽃동네에서 수년간 중증 복합 장애인 자원봉사 경험을 가진 학생이 교통사고로 입은 중증 장애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 사랑 실천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와, 친히 행하셨던 치유의 은사를 통해 진정한 전인 치유, 사랑 실천의 의미, 즉 육신의 치료뿐만이 아니라 “네 죄는 용서받았다.”고 하시어 심리적, 사회적, 영적 치유를 친히 행하셨던 사건과, 환자에게 늘 보여 주신 참사랑의 의미를 우리는 잘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