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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호] 삶의 밸런스
  • 구분 | 202003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20-02-28
여는글  삶의 밸런스 이지열 교수 서울성모병원 스마트병원장

이지열 교수 서울성모병원 스마트병원장

올 겨울은 굉장한 한파가 오거나 추운 날이 많지 않았지만 어느 해보다도 빨리 봄소식이 기다려진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감기 시즌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것과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를 잊어버리고 활기찬 봄소식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인문 계열을 전공한 사람과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들은 큰 차이가 있다. 이공계 전공한 사람들은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자칫 감정이 메말라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를 보고 온 의사 친구에게 영화평을 물어보았을 때 “수사드라마”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난다. 의료인들도 이공계를 전공으로 한 사람들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이들의 감정을 흔들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가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의학 지식도 깊어지지만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 또는 대화의 경험이 환자나 가족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의사들은 환자의 연령, 직업, 생활환경 등의 배경은 알지도 못하고, 짧은 시간 안에 환자와 가족에게 질환 에 대해서만 요약하고 설명하여야 한다. 환자와 가족은 이해를 못할 수도 있고, 심지어 오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바쁜 병원 생활 속에서도 여유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외래를 보면서도 1분이 아쉬운 순간에도 환자가 이해를 못할 때 환자 눈높이로 다시 설명하게 되면, 환자들도 ‘아, 이 의사 선생님은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는구나.’를 느끼게 된다. 비록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하여도 환자와의 교감이 쌓이게 되는 첫걸음이다.

“삶의 밸런스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개발과 봉사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한다. 자기 전공 분야이건 취미 생활이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식을 쌓게 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 또한 ‘삶의 밸런스’에서 온다고 생각된다.

삶의 밸런스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개발과 봉사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한다. 자기 전공 분야이건 취미 생활이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식을 쌓게 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또한 이웃을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봉사를 하는 것도 또 다른 행복감이 충만하게 된다. 물론 젊은 나이에는 자기 개발에 힘쓰며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젊은 나이에 봉사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기 개발과 봉사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사는 법을 알려 주고 대화하여야 한다. 쉰다는 것도 소파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것임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개발은 줄어들게 되며 봉사 활동의 기회는 더 늘어나게 된다. 100세 시대에 은퇴하였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행만 다니시겠다는 분도 계시지만, 나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고 이웃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족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삶의 밸런스를 맞추어 살아갈 때, 삶의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볼 때, 이웃을 위해 봉사할 때,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더욱 주님을 닮아 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