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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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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호] 서아프리카 최빈국 부르키나파소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 구분 | 201808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18-07-28
영성, 사랑의 실천 서아프리카 최빈국 부르키나파소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윤호중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교수
윤호중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교수
샘신부님을 처음 만나 뵙게 된 것은 지난 2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에서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현지답사팀에 합류하며 현지에서 진료를 보게 되면서이다. 이 인연으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 심는 희망의 씨앗이 시작되었다.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Nakellentuba Ou draogo) 추기경님께서 내게 직접 샘 신부님 진찰을 부탁하셨다. 먼 길을 차를 타고 가서 뵙게 된 샘 신부님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치료가 시급해 보였고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신부님은 2017년 11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그 후유증으로 인한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마비 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하였다. 신부님 숙소에는 진단 장비가 청진기와 혈압기밖에 없었다.

청진을 해 보니 좌측 흉골연에서 수축기 잡음이 심하게 들렸다. 뇌졸중 당시 입원하여 시행했던 검사 자료에서는 심전도상에서 심한 좌심실 비대 소견이 보였고 더 정확한 진단과 향후 치료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이 너무나도 낯선 이름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의 이름이다. 인구 1,800만여 명, 1인당 국민소득이 670달러에 불과한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3만 달러를 돌파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사회, 경제, 보건, 환경 등 모든 분야가 열악하고 특히 영양실조가 심각하며, 전 인구의 44%가량이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에 시달리고, 각종 당뇨병, 암, 심장 질환 등 성인병도 증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 처해진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 추기경님의 지원 요청에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2월 5일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와가두구대교구와 협동 선교 협약을 맺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가톨릭중 앙의료원이 80여 년간 축적한 의술을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어려운 국가에서 예수님을 닮은 참된 인술로 펼쳐질 수 있도록, 필자가 의료진으로서 우리 기관을 대표하여 현지답사를 가게 된 것은 가슴 벅찬 큰 소명이었다.

현지에 가 보니 예상보다 많이 열악한 상황에 무척이나 놀랐다. 특히 부르키나파소 전역에서 3개 병원만이 MRI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고, 바오로6세병원의 사정은 더 안타까웠다. 병원은 수술방, 입원실 등 모두 감염에 무방비 상태였고, 의료 장비와 부대시설 등이 열악하기만 하였다.

의사 입장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이 병원을 지원하는 것이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효과적일지 일정 내내 고민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그렇게 부르키나파소 현지답사는 많은 생각과 고민, 현지에 최적화된 의료 지원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였다.

마음 한편으로는 샘 신부님의 건강 상태가 계속 신경 쓰였다.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샘 신부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긴급히 초청 절차를 밟도록 요청하였고, 드디어 5월 한국으로 입국하여 진료를 실시하게 되었다. 또한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아이디어의 하나로 한국의 선진 의료 기술을 전파할 수 있도록 부르키나파소 바오로6세병원 순환기내과 의사인 카보레 선생의 동반 입국을 건의했다.



다행히 긍정적으로 빠르게 결정되어 카보레 선생이 샘 신부님의 치료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며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의 최신 의료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5월 7일 부르키나파소의 첫 자선 진료 환자로 대한민국으로 초청된 샘 시릴러 신부님은 5월 8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MRI, CT, 초음파, 24시간 심전도검사 등을 받았다. 좀 더 적극적이고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심장내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국제진료팀의 20명에 가까운 의료진이 모여서 4차례에 걸진 협진 회의를 통해 치료에 대해서 상의하였다.



샘 신부님을 검사한 결과 심각한 좌심실 비대증과 돌연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정맥인 심실 빈맥이 발견되어 심장 내 삽입형 제세동기 삽입술이 결정되었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심실 빈맥이 발생하면 적절한 전기 충격을 심장에 주어 심장의 리듬을 정상으로 회복하게 하는 장치로서, 이 시술을 통해 심장 돌연사(SCD, sudden cardiac death)를 예방할 수 있다.


5월 16 일 샘 신부님은 성공적으로 시술을 받았고 5주간의 입원 기간을 통해 건강의 호전과 생활에 자신감이 생긴 것을 확인한 후 지난 6월 10일 본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또한 치료의 전 과정에 속속들이 함께 참여한 카보레 선생은 본국에 돌아간 후 바오로6세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외래 진료를 통해 샘 신부님을 추적 관찰하고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협진을 계속할 것이다.



샘 신부님의 치료와 함께 카보레 선생의 단기 연수는 단순히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의 세부적인 많은 지식을 부르키나파소 순환기내과 의사에게 전수함으로써 본국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샘 신부님은 돌아가기 전에 편지 한 통을 전해 주셨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도움을 주신 한 분 한 분 모든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병원장님과 모든 의료진들, 그리고 윤호중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윤호중 교수님께서 신경 써 주신 병실이 경치가 무척이나 좋고 아름다워서 입원해 있는 동안 기분 좋게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 덕분에 건강하게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주님의 추복이 여러분과 가족분들에게도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신부님의 검은 얼굴에 흰 치아를 활짝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편지를 읽고 바로 화살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신부님께 건네 드린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인술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이역만리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까지 잘 전달되고 신부님께서 건강히 오랫동안 건강 유지하게 보살펴 주시어 부르키나파소 곳곳에 퍼져 있는 많은 신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이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우리 기관이 보낸 작은 희망의 씨앗이 무럭무럭 잘 자라서 주님의 사랑, 우리의 나눔이 잘 펼쳐질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소서.”

샘 신부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