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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호]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 구분 | 201903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19-02-28
여는글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차대식 모세 계성고등학교 연구부장



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한 해의 시작이 1월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느낌을 새삼스레 주곤 합니다. 비록 미세 먼지 가득한 황사가 불청객처럼 우리의 봄을 종종 짓누르지만 그래도 새로운 얼굴들이 새순처럼 얼굴을 내밀고 한 해마다 속이 깊어지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편 이 봄에 지난 한철 내내 사람들 입에 회자되었던 한 종편사의 드라마 ‘SKY 캐슬’을 떠올려 봅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등과 같은 책을 통하지 않고서도 매일 쏟아지는 뉴스들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교육을 그 본질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여유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공고화하려는 경제적 투자 행위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소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드라마는 우리의 심리적 기저에 자리 잡은 무의식을 적확하게 건드려 주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개선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 행위라는 것 또한 여전히 변함없는 진실일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면서도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점을 믿기에 새롭게 허락된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희망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바로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계성이라는 공간에서 26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학교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들이 새롭습니다. 수기로 작성하던 생기부의 추억은 사라지고 나이스가 개통되고부터 컴퓨터가 학교 업무의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거미줄 같은 전산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었고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대적 변화는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중이고 학교 현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늘 변화하는 흐름을 쫓아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커서 학생과 교사들 모두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야누쉬 코르착은 『아이들이 존중받을 권리』라는 책에서 아이들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자기 죽음에 대한 권리, 둘째, 오늘 하루에 대한 권리, 셋째,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권리가 그것입니다. 이는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보호받아야만 하는 온실 속의 화초도 아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채 살아서도 안 되며, 다른 이의 기준에 맞춰 자아가 왜곡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그들을 하느님께서 빚어내신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맑은 눈길이 사회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면서도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점을 믿기에 새롭게 허락된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희망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바로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장벽을 쌓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자신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환대할 수 있느냐는 우리 인간성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세우고자 하는 장벽, 영국의 브렉시트가 촉발된 이유,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 등은 오늘날 세계의 양극화되고 분열된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사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우리 학생들이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함께하고 싶은 봄입니다.

5월이 되면 네팔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우리 계성을 방문할 것입니다. 계성의 학생들이 3년째 네팔로 봉사 활동과 문화 체험 활동을 다녀오면서 인연을 맺은 포카라 올드버스팍의 눈이 맑은 아이들입니다. 네팔에 다녀온 학생들이 그 아이들을 한국에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드디어 지키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그 마음이 두 나라 사이의 작은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