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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호] 그대의 인생에서는 어떤 꽃을
  • 구분 | 201904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19-04-01
여는글 그대의 인생에서는 어떤 꽃을 여는글 정구평 마르코 신부 성빈센트병원 원목실장



세상에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들이 맘껏 뽐내며 사람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대부분 봄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는 꽃들은 3월 하순부터 4월을 거쳐 5월 초까지 이어지겠지요. 봄의 전령 개나리부터 천상의 빛깔을 내며 향기로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되새기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완고한 가슴에 담겨져 머뭅니다.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그 향기들을 스펀지처럼 몸 안으로 받아들이면 어느새 정신과 영혼이 맑아집니다. 그리고 하루를 행복하게 합니다.

저는 성빈센트병원에서 소임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만큼의 시간이 지나서 병원 이곳저곳 익숙하지 않은 곳이 많지 않을 만큼 몸과 마음에 이곳 분위기가 젖어 있습니다. 물론 저의 발길이 가 닿는 곳은 봄의 꽃들처럼 고유한 인생 향기들을 모두 뿜어낼 뿐만 아니라 이제는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고, 영과 육이 온전히 회복되기도 하며, 마치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어서 병아리가 부화하듯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온전히 하늘을 향해 떠나가는 영혼들을 지켜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즉 인간의 삶에서 말 그대로 生老病死의 전형을 매일 체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저마다 삶의 시작과 여정이 다양하고, 인생 꽃을 피우는 과정, 그 역경 또한 한생 안타까움과 고통, 슬픔 가득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반대의 삶도 있겠지요. 정말 고생을 전혀 모르고 달려가고 있는 사람도 있을까요? 저의 경험으로 볼 때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인생도 말처럼 쉽게 보이는 대로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거나 비판 또는 비난 할 수 있는 생이 있을까요? 삶이 이룩해 놓은 결과만을 놓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길이 가 닿는 곳은 봄의 꽃들처럼 고유한 인생 향기들을 모두 뿜어낼 뿐만 아니라 이제는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고, 영과 육이 온전히 회복되기도 하며, 마치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어서 병아리가 부화하듯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온전히 하늘을 향해 떠나가는 영혼들을 지켜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은 병원 침대에 처음 눕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매우 불안하고, 다시는 이 병원을 걸어서 못 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다가가서 축복의 기도를 드리고 “기운 내십시오. 두려워 마십시오. 당신의 신앙 안에서 주님께 온전히 내어 맡기십시오.”라고 말씀드립니다.

한편, 4월에 우리나라에 피는 꽃 중에 거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벚꽃, 그 고운 빛깔이 하나둘씩 피어날 때의 경이로움, 꽃이 막 피어나려고 애를 쓸 때 나무가 꼭 해산을 하는 것처럼 생명의 거룩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환호하고, 사진 찍고 즐거워하지만 벚나무는 자신의 아기 꽃들을 이렇게 피우기 위해 그 많은 시간들을 두고 얼마나 준비를 해 왔을까요? 단지 두 주 정도 활짝 피었다가 봄바람에 휘날리며 다시 떨어질 텐데…. 그러고는 잎을 내겠지요. 그러한 과정이 생명의 순리이고,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새로운 계절의 순서지만 피었다가 떨어져야 하는 꽃들의 운명에 과연 우리는 내 모습을 온전히 비추어 볼 수 있을까요? 그런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겠습니까?

바쁜 일과 속에서 내 인생에서의 아름다움, 최상의 향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은 한순간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꽃이 얼마나 고운지, 어떤 향기를 피워 내고 있는지를 살피는 조금의 노력과 성실함은 창조주 하느님의 세상 창조하신 후에 “보시니 좋더라.”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우리가 다 알아듣거나 깨달을 수 없는 창조의 보람과 신비가 담겨 있을 텐데 그 신비를 찾는 4월이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그러므로 삶의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은 바로 당신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