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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호] “역사의 한 장면”
  • 구분 | 201908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19-08-01
여는글 역사의 한 장면 이상선 요셉 신부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이상선 요셉 신부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해마다 8월이 되면 그해의 중간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날짜로 따지면 후반기이지만 계절의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절반 동안 여름방학이라는 시간에 무엇인가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계절의 시간 한가운데 요즈음 머릿속을 떠도는 주제가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역사’라는 두 음절의 단어입니다. 한반도를 휘감는 평화의 발걸음도, 이웃 나라와의 갈등도 모두 역사의 흐름 안에서 이루어지는 매듭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뜨거웠던 여름날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직접 거행하셨던 시복식이 기억납니다. 그 시복식 강론 중에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한 장면!!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것. 우리가 살아온 인류의 역사 안에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어 뻗어 나간 그 중심에는 늘 가톨릭 신앙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아레초(Arezzo)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에 서기 1000년경,¹⁾ 음악가이자 베네딕토회 수사였던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노래하고 기도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수사님은 당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다른 이들이 부르는 것을 그대로 따라 불렀기에, 기억에만 의존하던 한계가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기계적으로 외워서 노래하기보다는 무엇인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무일도를 노래하던 중 세례자 요한 대축일의 저녁기도 찬미가²⁾의 첫 음들이 하나씩 상승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상승하는 단어의 머리글자로 이름을 삼았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³⁾인 것입니다. 자그마한 예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우리 인류가 걸어 온 역사의 많은 부분에는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묻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늘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예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우리 인류가 걸어 온 역사의 많은 부분에는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묻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늘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좀 더 이야기를 확장해 보면, 가톨릭학교법인에서 함께하고 있는 우리는 그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에 한 페 이지를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의 삶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겪게 되는 수 많은 일상들은 분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도 가톨릭 신앙인임을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 신앙인 이 아니시더라도 이곳 가톨릭학교법인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늘 하느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사제 서품 예식 중에 주교님께서 서품을 받는 이들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그대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셨으니, 친히 그 일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늘 하느님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역사 안에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고 부족한 것은 채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