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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웹진 상세 내용
[제146호] 수녀가 바라본 사회사업가로서의 삶
  • 구분 | 201908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19-08-02
영성, 사랑의 실천 수녀가 바라본 사회사업가로서의 삶 최미화 수녀 의정부성모병원 사회사업팀장



몇 해 전 봄날 파란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높고 푸르러 하던 일을 멈추고 자꾸자꾸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던 낮이었다. 정형외과 교수님으로부터 어려운 환경에 처한 환자를 도와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척추 부분의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를 만나기 위해 병실을 방문하니, 환자는 홀로 침상에 누워 많이 지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소개를 나누었다.

60대 남성인 환자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하나뿐인 친누나와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한쪽 다리가 불편하게 되었고 결혼 후 신체적인 불편함으로 인해 갈등이 생겨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슬하에 자녀는 없고 이혼 후,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였고 현재 홀로 무허가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를 지속적으로 간병해 줄 보호자가 없어 스스로 거동하고 치료를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항상 밝은 얼굴을 보였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눈빛에 더 마음이 아파 왔다.

병마와 싸우는 것보다 수술비가 환자를 힘들게 하는 일차적 원인이었다. 사회사업팀에서는 먼저 환자의 현 상황을 파악하여 의정부성모병원 자선 진료 심의 대상자로 올렸고, 심의 결과 자선 지원이 결정되어 의료비 감면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열심히 사는 환자의 사연을 알고 있는 동네 주민들이 힘을 모아 300만 원을 추가로 마련, 전달해 주어 환자는 수술은 물론 중지되었던 항암 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환자는 다시 시작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방사선치료와 항암 주사를 맞을 때마다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 심했지만 치료에 대한 높은 의지로 치료에 집중하며 잘 견뎌 내었다. 그동안 동네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친분을 쌓은 것이 입원 후에 많은 도움과 격려로 돌아와 환자의 치유에 큰 힘이 되었다. 퇴원을 하는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인생을 한 번 더 살게 된 기분이라고 말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아 매우 감사하다고 하였다.

그동안 사회사업팀에 근무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환자를 많이 만났고 모두 소중한 기억들이지만, 소중한 새 생명이 태어난 순간은 기억에 특히 남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올해 5월 새벽에 택시에서 아기를 출산한 라이베리아 난민 엄마와 아들 크리스티안의 이야기다. 난민 신청 중인 26살의 젊은 엄마는 예정보다 이른 진통에 동두천시 생연동의 도로변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뒷좌석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산모와 아기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 산모는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에서 치료받고 아기와 함께 건강하게 퇴원했다. 아기 엄마의 사정으로는 4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의정부성모병원에서는 심의를 거쳐 치료 비용 전액을 부담해 줬다.

건강한 모습으로 아들과 함께 다시 방문한 엄마는 “많은 도움을 받아 아들 크리스티안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 경황이 없어 출산을 도와준 택시 기사께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우리 병원의 무료 이동 진료에 관한 이야기다. 첨단 의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 의료 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난한 농촌 어르신들은 병이 나도 교통이 불편해 큰 병원까지 나가기가 쉽지 않고 금전적인 여유마저 없어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계속 병을 키우고 있다.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사회사업팀에서는 뜻 있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1995년부터 이동 진료팀을 구성하여 매주 수요일 경기 북부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무료 이동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천시 노인복지관과 파주 적성성당, 노아의 집을 방문하였다. 초입에서부터 두 손을 흔들며 반가이 맞이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좀 더 일찍 찾아뵙지 못해 오랜 기다림을 드린 미안함을 느꼈다. 환자의 증상을 귀담아 듣고 꼼꼼하게 파악하여 진료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약 복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약사님, 환자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들과 함께 무료 이동 진료를 실시한다.

무료 이동 진료는 의료 사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예방적 차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상위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조기 발견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병원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대표적인 사랑의 영성 활동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진료 봉사팀을 꾸밀 때 그 지역사회 주민들의 진료 욕구를 미리 파악하여 원하는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지난 24년 동안 매년 20여 회, 가정의학과, 내과, 안과, 이비 인후과, 피부과, 치과 등 14개 진료 과목 의료진이 교대로 참여하여 1,500여 명의 진료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쁜 일과 중에도 뜨거운 관심과 적극적으로 협조로 무료 이동 진료 활동에 참여해 주신 교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가 하는 일, 사회사업팀의 업무는 단순히 나에게 주어진 직무가 아니라, 환자와 그 주변 사람이 보다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소명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노력으로 환자분이 수술과 치료를 받아 퇴원하여 예전처럼 건강히 생활을 되찾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것을 베풀면서 희망차게 삶을 이루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