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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호]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삶의 쉼표
  • 구분 | 202002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20-02-03
여는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삶의 쉼표 윤호중 교수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흔히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는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미국의 정신분석 의사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사용한 심리학 용어로 어떠한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 무기력증이나 심한 불안감과 자기혐오, 분노, 의욕 상실 등에 빠지는 증상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무한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은 시간적, 물리적 한계로 인하여 본인이 직접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타인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일상 속 무기력을 탈피하고자 노력합니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대리 만족을 통해 삶의 작은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이모셔널 컨슈머(Emoticonsumer)’라고 합니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이미지를 의미하는 ‘Emotion’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서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 표현 방식에 빗대어 감정을 직접 체험하기보다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대리로 느끼려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모셔널 컨슈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바로 유튜브 플랫폼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먹방’과 ‘브이로그’입니다. 이와 같은 대리 만족 콘텐츠 열풍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여가 생활을 직접 체험하기보다는 간접적인 체험으로 즐기려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먹방 유튜버들을 보며 내가 직접 맛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것을 먹는 행복을 느끼며,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는 여행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통해 세계 곳곳의 문화와 음식 등을 체험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친 일상생활 속에서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이를 통해서도 뜻밖의 위로를 얻곤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도 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작은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행복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거나 또는 깜짝 놀랄 만한 엄청난 것이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수필 속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은 삶에서 ‘작기는 하지만 가장 확실한 행복의 하나’라고 적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건네는 밝은 미소와 인사, 안부 한마디, 함께 나누는 따뜻한 차 한잔 등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이, 지치고 힘든 하루를 견디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더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이러한 작은 배려는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우리는 지친 일상생활 속에서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이를 통해서도 뜻밖의 위로를 얻곤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도 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작은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그랬었더라면….” 우리 모두는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고 그때 하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며, 그때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지금의 삶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하곤 합니다. 지난 시간에 후회가 없도록 지금 내 옆에,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요?

2020년에는 이따금씩,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바로 지금, 내 옆의 그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세요.

2020년에는 함께, 삶을,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선물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자신이 내 이웃의 소확행(小確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