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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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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 40)/호스피스 돌봄의 여정을 함께하며
  • 구분 | 202007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20-07-06
영성, 사랑의 실천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 40)호스피스 돌봄의 여정을 함께하며나범율 신부 인천성모병원 원목실장



“신부님, 가정 호스피스를 받으시는 환우가 미사 드리고 싶으시답니다. 와서 같이 미사 드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가정 호스피스를 담당하시고 계신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제의방에서 미사 도구와 제의를 챙긴 후 운전대를 잡고 환자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집 안에 들어서서 가족들과 함께 계신 환자에게 인사를 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너무나도 마른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좋아하시는 성가도 같이 부르고, 성체도 경건하게 모시고 안수도 받고 그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신다. 비록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남은 시간 가족들과 함께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하시라고 하며 정리한 후 차에 오른다. 그렇게 20분 정도 병원을 향해 가는 중 수녀님의 전화가 온다.



“신부님, 방금 미사 드리신 환우가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신부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 드리라고 하셨어요.”

어느 날 가정 호스피스 돌봄을 받으시는 환우와 그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후 있었던 이야기이다. 미사를 함께 드릴 때만 하여도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았다. 가족들과 가정에 방문을 한 사람들과 함께 눈도 맞추고 짧게나마 함께 이야기도 나누었기 때문이다. 미사 때 성가도 부르시고 성체도 모시는 모습을 보면서 환우에게 아직 죽음은 먼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환우는 그렇게 미사를 봉헌하시고 성체를 영하고 하느님 나라로 떠나셨다.

병원에서 만나는 이들은 모두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작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이라는 고통을 지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매일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지니면서 살아가고 있는 작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이들을 불쌍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물론 이러한 동정의 마음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환우들 역시 한 인격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 역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불쌍한 마음만을 가지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무엇인가 조금은 부족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그들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사랑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사랑을 제일 잘 드러낼 수 있는 때는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에서는, 특히 가정형 호스피스에서는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환우들에게 영적 지지와 정서적 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을 통한 위로와 지지도 환우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지만, 성직자와 수도자를 통한 영적 지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을 함께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서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사와 영성체,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가장 작은 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돌봄을 받는 환우들은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마음속까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미사를 마치고 혹은 고해성사를 마치고 마지막 힘을 다해서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주님께 고백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더라도 충분히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반복된 나날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환우들에게는 그 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고, 그 순간이 억만금을 주더라도 바꾸기 싫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가장 작은 이들’을 찾고 ‘그 가운데 한 사람’에게 모두 마음을 다해 소중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이 치유자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체현하시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항상 모든 순간을 하느님 아버지께 의탁하며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우리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