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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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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호]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도록 돕는다
  • 구분 | 202008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20-07-30
영성, 사랑의 실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도록 돕는다  조진희 루치아 수녀 여의도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영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사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질문자께서도 반갑게 밝은 표정을 하시며 동감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그분의 생각도 저와 같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소임을 하고 있는 이곳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영성간호부’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 영성에 맞갖게 우리 호스피스팀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그분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온 정성과 사랑을 다하고 있답니다.

‘새 의료인 헌장’에 “임종자에 대한 애덕은 이웃 안에 계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특별한 표현이다.”(마태 25, 31~40 참조)라고 되어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분들 곁에서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그리고 행복한 동행자로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사람들의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임종자에 대한 특별한 영성, 그 사랑을 실천하는 곳 여의도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입원형 병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환자 및 가족에게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으로 지지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은 침상에서 외로움을 견뎌야만 하고, 가족들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하소연하곤 합니다. 호스피스에 입원한 환자들, 그 가족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막힌 장벽이 하루빨리 무너지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대답을 해 주지 않습니다.

병동 면회 제한과 자원봉사자 활동이 중단되면서 가족들의 온기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저희의 마주잡은 두 손에 사랑을 더해 보지만 마음 한쪽으로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코로나는 인정이라곤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라 할지라도 우리를 주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 드려야 할까요?’

간절한 마음으로 수없이 주님께 지혜를 청하며, 남은 삶 동안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지내야 할 이 소중한 시간을 그저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희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환자의 목욕 및 머리 감기기와 발 마사지, 환자 곁에서 책 읽어 드리기, 말벗 해 드리기 등 정서적 지지와 영적 돌봄을 제공하고 자칫 고통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실 수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전하고자 ‘호스피스 애(愛)’ 캠페인을 통하여 ‘간호사와 함께하는 요법’, ‘코로나로 지친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쿠킹 클래스’라는 제목으로 따뜻한 밥상과 간식을 대접했습니다.

쿠킹 클래스는 환자들과 함께하는 요리 프로그램으로 집안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 엄마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것 같은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 보호자들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말씀하시고 미처 표현을 못하는 환자들은 맛있게 드시고 또는 음식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얼굴 표정으로 환하게 웃어 주십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저희의 모습에 환자와 보호자는 잠시의 행복한 순간으로 초대됩니다. 저희의 몸은 고되도 마음은 천국이지요.

바쁘게 움직이는 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환자분은 생동감이 느껴지는지 커튼을 조금 젖히고 살짝 미소 지어 주십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호스피스 완화 의료 병동은 24시간 환자, 보호자들과 함께합니다.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손녀처럼, 환자분들을 모시고 지친 저희에게 미소와 격려를 보내 주시는 그분들은 이미 저희의 어머니고 아버지이십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과 위로, 감동을 선물 받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원들은 가정 같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환자들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고 새로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통증 및 증상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긍정적인 의식을 갖도록 암성 통증 관리, 마약성 진통제 바로 알기, 증상 관리, 임종 교육 등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궁극적인 희망이 있습니다. 그 희망은 ‘고통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부디 코로나19 장벽으로 지친 환자, 보호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기도합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의료진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칠 수는 있으나 포기하지 않기를, 끝까지 달릴 길을 다 달릴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