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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호] 세상은 인간 공동의 삶의 터전
  • 구분 | 202010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20-10-05
f여는글 세상은 인간 공동의 삶의 터전 홍승모 미카엘 몬시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장


홍승모 미카엘 몬시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장


올해 세계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는 우리나라뿐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상황도 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이나 나라들의 적나라한 민낯 또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 다른 이들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 사고,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지도력의 결여가 그 배경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위기를 통해 다른 형태의 감염, 곧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지는 ‘사랑의 감염’을 배워야 한다고 권고하십니다. 서로에 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랑의 배려와 연대가 이런 위기 상 황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본질이라 여기신 것 같습니다. 물론 의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들도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누구나 예전으로 돌아가 경제, 문화, 여가 활동 등의 일상생활을 재개하길 원합니다. 그러 나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백신만은 아닐 것입 니다. 우리의 기존 사고나 삶의 태도가 먼저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거치면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위기를 잘 극복하든지 혹은 그렇지 못하든지, 더욱이 그 결과는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렇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를 시련과 선택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림길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기에 다양한 의견과 선택을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의 전환, 그리고 이타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극심한 고통과 절박한 상황은 그동안 다른 이들과의 사랑과 연대에 얼마나 의지하며 살고 있었는지 깨닫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 나라만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풍요로운 삶이 다시 돌아올까요? 어느 한 지역이나 공동체만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다시 안전해질까요? 이제 세상은 서로 얽혀 있는 네트워크처럼 모든 이들이 살아가고 연결되어 있는 공동의 삶의 터전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모든 개인, 모든 공동체, 모든 나라가 동시에 결속해서 이겨 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그 결과의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세상은 서로 얽혀 있는 네트워크처럼 모든 이들이 살아가고 연결되어 있는 공동의 삶의 터전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모든 개인, 모든 공동체, 모든 나라가 동시에 결속해서 이겨 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그 결과의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사랑과 연대감으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더 많은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 이런 역량이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 사회, 국가의 희망이 되고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희망해 봅니다. 끝으로 바오로 사도의 믿음을 기억하며 희망의 미래가 열리기를 기도해 봅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 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