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여는글

  • 여는글
웹진 상세 내용
인간의 향기를 전하는 만남에서 출발한 환자 중심 진료
  • 구분 | 202103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21-03-04
인간의 향기를 전하는 만남에서 출발한 환자 중심 진료


인간의 향기를 전하는 만남에서 출발한 환자 중심 진료


모든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그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병원 역시 의료진과 환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이기에 양자의 관계에 따라 상당 부분 병원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의사는 성인이면서 전문가 집단인 데 비해, 환자는 태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의 폭넓은 연령과 다양한 환경의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주요 관심사이지만 환자는 일상생활의 불편함, 즉 병으로 인한 삶의 질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이처럼 특성과 관심사가 다른 이질적인 양 집단인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시소의 양끝과 같아서 무게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본인 외래를 오래 다니던 한 환자분이 폐암 4기로 진단이 되었다. 그 환자분은 오랜 폐질환으로 폐 손상이 심했었고, 암 병변이 손상 위치에 자라고 있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였다. 보호자분은 “외래를 10년 이상 다녔는데 수술도 안 될 정도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간호사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하셨고, 보호자분의 불안과 충격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별도의 면담을 하게 되었다. 본인도 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였고 고민과 긴장 속에서 보호자분을 만났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진료하였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서두를 꺼내었다. 그 순간 보호자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10년 이상 이버지를 선생님 외래에서 보게 한 저를 부끄럽지 않게 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시는 것이었다.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갖게 되는 긴장감보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그 이상의 두려움으로 의사를 만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계기였다. 그래서 환자가 갖는 두려움의 무게를 의사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면 시소 양끝에 있는 양자 간의 관계가 좀 더 가까워지며 평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 부천성모병원이 추진하는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의 출발선이다.

환자 중심의 진료라는 것은 진단과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 과정을 통하여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직장 생활은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 운동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등 질환으로 인한 일상적인 생활의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가 갖는 두려움의 무게를 의사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면 시소 양 끝에 있는 양자 간의 관계가 좀 더 가까워지며 평형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 부천 성모 병원이 추진하는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의 출발선이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여러 과의 진료를 받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내과 8개 분과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협진하는 메디컬협진센터, 진단과 치료 과정이 복잡한 폐암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와 수술, 방사선치료에 관여하는 7개 임상과와 영양사가 한자리에서 설명하는 호흡기폐암센터, 평생 가족 뒷바라지로 몸도 마음도 지쳐 버린 갱년기 여성들이 병원 진료 과정에서 고품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여성센터가 환자 중심 진료의 개념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불안과 초조 속에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들에게 안정을 주기 위해 ‘눈을 뜨면 의료진이 바로 옆에’를 목표로 ‘바로 응급센터’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센터들의 운영안에 대해 설명하면 일반인들은 아주 잘 이해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담당 의사들의 이해도가 가장 떨어진다. 그간 체득한 그 분야에서의 경험들로 인해 새로운 시스템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환자 중심의 진료란 교과서를 바탕으로 그동안 쌓아 온 의사의 임상 경험에 환자의 일상생활 변화를 관찰한 경험을 첨가하여 환자들에게 질병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므로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버리고 창조의 개념으로 출발해야 한다.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브레인스토밍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인력과 공간이 더욱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보험 수가도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진단과 치료만 해도 할 일이 많은데 왜 굳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환자 중심 진료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안과 두려움에 가득 차 내원했던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갈 때 굳었던 표정과 어깨가 펴지는 모습이 인간적인 향기로 전해지면서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도 각기 다른 인간의 향기를 전하며 서로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부천성모병원이 추구하는 건강 그 이상의 행복한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