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여는글

  • 여는글
웹진 상세 내용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 구분 | 202104
  • 카테고리 | 여는글
  • 작성일 | 2021-03-30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 중에는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 18’이 있습니다. 도도하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러시아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스물여덟 살 때 작곡한 걸작이자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을 작곡하기 4년 전인 1897년 ‘교향곡 제1번’을 발표했는데 당시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라흐마니노프는 우울증을 앓게 됩니다. 게다가 사촌 여동생 나탈리아 사티나(Natalia Satina)와 결혼할 수 없다는 교회의 최종 결정을 통보받고 우울증이 더 심해집니다. 그동안 나탈리아와 남모르게 사랑을 해 왔는데 당시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사촌 간의 결혼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다행히 음악 애호가였던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Nikolai Dahl)을 만나서 치료를 받았지만 3년 동안이나 우울증과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작곡을 일체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혹독한 세월을 보내고 나서 처음으로 작곡한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1901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발표하고 나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피아노 협주곡 3번/4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교향곡 2번/3번’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애 동안 수없이 작곡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인생에 찾아온 어려움을 이겨 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았던 것입니다.

구약시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탈출 7, 14~11, 29)을 내리십니다. 나일강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가 온 세상을 덮치고, 모기가 창궐하고, 병으로 온갖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우박이 내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둠이 온 세상을 덮어 버립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하고 나서야 재앙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집트에서의 종살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영도자로 세우셨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셨습니다. 재앙을 겪을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에야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계획과 그분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일강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가 온 세상을 덮치고, 모기가 창궐하고, 병으로 온갖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우박이 내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둠이 온 세상을 덮어 버립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하고 나서야 재앙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현재 우리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나 전염병 같은 재난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현재 겪고 있는 중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후에 깨달았던 것에서, 우리도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인간은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면서 지구 환경을 끊임없이 파괴해 왔고 능멸해 왔습니다. 황금만능주의와 인간의 탐욕,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경쟁, 무분별한 소비와 낭비, 경제 개발을 위한 자연 파괴, 이로 인한 환경오염, 핵 개발과 전쟁 등은 결국 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을 파멸의 길로 가게 만들 것입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질병을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둘째 사실은, 하느님께서 궁극적으로 우리를 자유와 해방의 세상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설’이라고 뉴스에서 보도한 대로, 히말라야에서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인도의 도시에서 그동안 대기오염으로 보이지 않았던 히말라야가 보인다는 뉴스는,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구의 환경 문제를 그분이 한숨에 해결해 주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날의 파멸과 오염의 노예 상황에서 우리가 해방되어야 한다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현재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신앙의 긴 안목으로 보면, 이것은 예수님께서 눈먼 사람을 고쳐 주시며 하신 말씀(요한 9, 3)처럼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기 위한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