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웹진 상세 내용
[제168호] 외래간호팀의 사랑의 소통 ‘반찬 나눔 봉사’
  • 구분 | 202106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21-06-01
영성, 사랑의 실천  외래간호팀의 사랑의 소통 ‘반찬 나눔 봉사’ 김정희 부천성모병원 외래간호팀 내과계 UM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간호부 내의 외래간호팀은 환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질환에 대하여 소통을 시작하는, 병원의 첫인상을 심어 주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힘든 직업이라고 인식되어 있을 정도로, 어느 누구 하나 쉽게 일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간호사들은 이미 충분히 힘든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뿐 아니라 남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간호사 특유의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천성모병원 외래간호팀 간호사들의 봉사 활동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부천성모병원 외래간호팀의 봉사 활동은 역사가 깊고 꾸준함을 자랑합니다. 그 활동도 해마다 다양하게 모든 외래 간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19로 모든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상황 전까지 연간 행사로 3,000kg의 김치 담그기를 진행하여 김치와 쌀을 전달하기도 하였고, 외래간호팀 가족들과 한마당 축제 자리를 마련하여 부천 중앙 공원에서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을 했던 일명 “결연 가족 사랑의 체육 대회”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 봉사 활동으로 엠마우스 쉼터 치매 노인 돌봄, 병동 또는 중환자실 환자 목욕 봉사, 독거노인 대상 반찬 봉사 및 혈압 측정, 말벗해 드리기, 그 외 부천역과 소사역 의료봉사, 부천시 주최 복사골 건강 한마당과 다문화 가족 한마당 축제 의료봉사 등 다수의 봉사 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진행해 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쓰이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지역사회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 30가정에 밑반찬을 전달하는 봉사입니다. 반찬 나눔 봉사는 외래간호팀에서 1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활동인데 그 세세한 활동 내역이 해마다 조금씩 변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 변천사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처음 반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외래간호팀 간호사의 언니로부터 듣게 된 얘기가 계기가 됐습니다. 그 언니분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계셨는데 지역사회에 소외되고 끼니를 제대로 드시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우리가 도움을 조금은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단순한 생각에 사회복지사가 추천해 준 30가구에 반찬을 해다 드린 것이 벌써 12년째 봉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 외래간호팀 정규직 간호사 70여 명이 돌아가면서 반찬을 만들어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자율적으로 회비를 모아 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어 주민센터로부터 추천받은 이웃에게 밑반찬을 전달하였는데 현재는 병원 사회사업팀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좀 더 다양한 반찬을 준비하여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반찬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찬을 나눠 드리러 갈 때마다 혈압도 재 드리고 말벗도 해 드립니다.

서른 가구에 직접 반찬을 들고 도보로 조를 짜서 다니는데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가장 큽니다. 더운 여름에는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더워서 함께한 사회복지사님과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며 반찬을 전달하기도 하고,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볼이 빨갛게 얼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를 뚫고 다녀야 합니다. 골목골목에 위치한 집을 찾아다니느라 눈이 쌓인 길을 걸을 때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으로 걷고,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아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반찬을 꼭 쥐고 다녔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지하 단칸방에 홀로 사시는 80대 할머니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이 계시다가 오랜만에 말벗이라도 만난 것처럼 꼭 쥔 손을 놓지 않으시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시어 그 마음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머물러 드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마음이 외롭고 몸이 아파 사회를 등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일어납니다. 그런 뉴스를 보거나 들을 때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일이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또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질병으로, 고령으로, 가정환경이 여의치 못해 끼니를 제대로 드시지 못하는 분들에게 밑반찬을 가지고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힘을 얻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곤 합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대면이 더 어려워져 주민센터와의 연계를 통한 최소한의 대면으로 반찬 봉사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더울 때는 더워서, 추울 때는 추워서 직접 찾아가는 일이 힘겨웠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찾아와 주길 바라시는 그분들을 위해 코로나19가 종식되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그래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환한 미소로 인사하고 따뜻한 손으로 보듬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