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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사랑의 실천

  • 영성, 사랑의 실천
웹진 상세 내용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참 소중한 사람’
  • 구분 | 202112
  • 카테고리 | 영성, 사랑의 실천
  • 작성일 | 2021-12-02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참 소중한 사람’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참 소중한 사람’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는 2021년 6월 1일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을 위하여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개소하였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이하 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관리하며 개별 병원에서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사례관리자로 구성된 다학제적 접근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의 신체적 치료와 정서적 안정을 촉진하고,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자살 예방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단기 사례 관리 서비스로 진행한다.

센터를 시작한 이후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 밤사이 응급실에 자해·자살로 내원한 환자의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살 시도자가 있었는지, 입원한 환자와 귀가한 환자 등을 확인하며 ‘자살·자해’로 분류된 환자가 없는 날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거의 매일 한두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주말이나 휴일을 지내고 나면 자살을 시도한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료진들은 치료를 위해서 무엇으로 자살 시도를 했는지 상세하게 확인한다. 그러나 왜 자살 시도를 했는지에 대해서 묻고 현재의 정서적 상태를 공감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센터 개소 후 사례관리자가 환자의 초기 면담 시 자살 시도를 한 이유를 묻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들은 가족 간의 불화, 학업 중단과 관계의 단절,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감에서 오는 외로움, 만성질환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들은 지속되는 외로움, 절망감 등과 같은 정서적으로 참을 수 없고 피할 수 없으며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는 고통을 경험할 때 자살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죽고 싶은 마음만큼 누군가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센터의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례관리자는 환자 퇴원 후 주 1회 4회기 이상 전화 상담 또는 면담을 통해 일상생활의 안부를 물으며 사례 관리 대상자(이하 대상자)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지지와 공감을 통하여 일상생활의 회복을 위해 지원한다. 사례 관리 서비스 종결과 함께 지역사회 내에서 대상자가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관에 연계·의뢰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대상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서 거주지의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에 의뢰를 한다. 의뢰 이후 센터는 지역사회 기관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은 우리나라가 지난 20여 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2위가 되면서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2013년부터 25개 병원에서 시행하여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2021년 8월 기준 총 76개 병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자살 시도자를 고위험군으로 보고 이들에게 단기 사례 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자살 재시도를 줄임으로써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최근 중앙자살예방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2018년보다는 자살자 수가 감소되었으나 10~20대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은평성모병원 응급실에 자살 시도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자살 시도자가 2020년 27%(전국 22.2%), 2021년 10월 기준으로 33.1%로 크게 증가되고 있다. 또한 10대의 자살 시도자가 2020년 13%, 2021년 10월 기준으로 14.6%로 증가되고 있다. 최근 2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자살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80% 이상이 주변 사람들에게 언어나 행동으로 징후를 보내지만 가족 또는 가까운 이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의 말이나 행동, 태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자살 위기 징후를 발견하게 될 때, 이를 알아차려 주고 “괜찮아?”, “무슨 일 있어?”라는 안부의 말만으로도 완고하고 굳은 마음을 부드러운 마음으로 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이나 유가족은 그 경험 이후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면, 다시 자살 위기에 놓이기 쉬운 만큼 이들의 사후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센터에서는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이하여 원내 교직원 대상으로 현대 사회의 자살 문제의 현황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따뜻한 말을 전할 수 있도록 ‘생명 사랑 슬로건 공모전’을 시행하였다. 슬로건 공모에 교직원 50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이들 공모작 중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참 소중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슬로건은 홍보용 배너와 스티커 제작 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안으로 교직원들에게 센터에서의 자살 예방을 통한 생명 수호 활동을 공유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내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하여 사례 관리 대상자들이 원활하게 연계되고 나아가 자살률 감 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은평구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고양시와 일산시 등의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정기적인 원외 회의를 통한 소통의 체계를 마련하여 은평성모병원이 지역 내 생명 수호 활동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자 한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자살’은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의 몸을 해하는 살인으로 보고 큰 죄로 여겨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자살은 한 가지의 정의로 해석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살은 복잡한 사회구조 안에서 일어난 병리적 현상이자 정신보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자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도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자살자에 대해 하느님은 특별한 방법으로 구원해 내실 것을 이야기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고, 다양한 계층이 자살에 노출되어 있다. 그만큼 자살은 우리의 삶과 먼 곳에 있는 단어가 아니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선택은 자살 예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은평성모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희망 안에서 생명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할 수 있도록 도우심을 청하며 하루를 시작한다.